2013년 개봉한 ‘관상’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운명을 알 수 있다는 ‘관상학’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권력과 인간의 욕망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속에서 얼굴이 곧 운명을 의미한다는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더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얼굴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까?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의 운명과 관상학적 해석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김내경(송강호) –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운명에 휘둘리는 관상가
김내경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로, 사람의 얼굴만 보면 성격과 운명을 알아맞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읽지 못하는 역설적인 존재다.
① 김내경의 관상학적 특징
- 영화 속에서 그는 넓은 이마와 온화한 눈매를 가졌으며, 이는 총명함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 둥근 얼굴형은 부드러운 성품과 가족을 중시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 하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무겁게 내려앉은 눈썹은 깊은 고뇌와 운명에 대한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임을 암시한다.
② 김내경의 운명과 선택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관상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점차 조선의 정치적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 수양대군(이정재)과 김종서(백윤식) 사이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는 ‘운명을 읽는 자가 반드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양대군(이정재) – 강한 기운과 권력욕이 넘치는 얼굴
수양대군은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며, 조선 왕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① 수양대군의 관상학적 특징
- 영화 속에서 그는 강한 인상을 주는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다. 이는 결단력이 강하고 권력욕이 높은 인물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각진 얼굴형과 뚜렷한 광대뼈는 타인을 지배하려는 성향과 카리스마를 상징한다.
- 얇은 입술은 냉정하고 계산적인 성격을 의미하며, 실제로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② 수양대군의 운명과 선택
그는 김내경이 자신을 "왕이 될 얼굴"이라고 평가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 움직인다. 그는 관상가의 말을 듣고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이며, 결국 조선의 왕(세조)이 되면서 자신의 뜻을 이루지만, 피의 숙청으로 역사 속에서 냉혹한 군주로 남게 된다. 이는 운명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종서(백윤식) – 신뢰와 권위를 상징하는 얼굴
김종서는 영화 속에서 정의롭고 충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왕실을 보호하고 조선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결국 수양대군에게 무참히 희생당한다.
① 김종서의 관상학적 특징
- 깊은 주름과 묵직한 표정은 오랜 세월의 경험과 강한 책임감을 상징한다.
- 두꺼운 눈썹과 강한 이마는 권위와 신뢰를 주는 얼굴형이다.
- 입술이 두툼하고 단단한 턱선을 가졌는데, 이는 결단력과 강한 신념을 지닌 지도자형 얼굴로 해석된다.
② 김종서의 운명과 선택
김내경은 김종서를 ‘나라를 지킬 얼굴’로 평가하지만, 결국 그는 수양대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올바른 관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읽지 못하거나 믿지 않은 결과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결론: 관상은 운명을 결정하는가?
‘관상’은 단순히 얼굴을 보면 운명을 알 수 있다는 설정을 넘어, 운명이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 김내경은 운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했다.
- 수양대군은 자신의 운명을 믿고 행동하여 왕이 되었지만, 피로 얼룩진 길을 걸었다.
- 김종서는 정의로운 얼굴을 가졌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몰락했다.
결국 영화는 "운명은 얼굴로 결정되지만, 그 운명을 어떻게 활용하고 개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상은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관상’은 강렬하게 보여준다.